페이지 정보
본문
2017 제3회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 수상작(1)
최우수
붓글씨
청학동 서당의 풍월을 오래 들어왔을 테니
지리산이 붓글씨를 쓴 대도 이상할 게 없다
머리 위 하늘에 힘주어 쓴 '뫼 산' 한 글자
제 이름 석 자를 쓸 날도 멀지 않아 보였다
- 김영빈
우수 1
지안재 가면
지리산 지안재 가면
밤마다
무지갯빛 꿈 똬리를 틀고
별 피어 오른다
- 정지원
우수 2
두 개의 펜을 심은 까닭
하늘을 찍어 땅을 쓰고
땅을 찍어 하늘 쓰라는 말씀
한 해 지나 우연히 다시 와서야 읽네
땅과 하늘 증인 삼은 한 획 한 획
마음 어두운 나
- 신혜진
장려
1
이웃
오가는 것이
조금은 부족해도, 조금은 넘쳐도
웃음으로
근수 맞추는
- 이진환
2
부동항
뒷모습만으로도
가늠할 수 있는 저 심연
한 줄의 흔들림도 없다
- 송하라
3
삼대
하동 평사리 시골 집에 가면
언제나 단정한 모습으로 앉아
책을 읽고 계시는 할아버지
아빠와 나도 양 옆에 나란히 앉아
공손하게 손 모으고 함께 읽어요
- 이종섭
4
특급열차 LBJ
하늘을 나는 특급열차 LBJ
알렉산드리아역을 출발, 역사의 뒤란 지리산역을 지나
스토리가 있는 비창역을 거쳐, 니르바나의 꽃의 역에 당도하는
격동과 파란만장의 시대로 가는, 문학타임머신역驛
출발! 칙칙폭폭
- 이진환
5
젖줄 지리산
하늘 끝 젖가슴 품은 천왕봉 중봉 치맛자락
굽이굽이 동맥줄기 쉼 없이 뿜어내는 심장
고동소리 에메랄드 빛 우려낸 계곡물
새 생명의 피가 흐르고 있다
새 천년이 올 때 까지
- 김철호
입선 1
무늬
무늬는 문을 열고 난 후의 실루엣이다
그것은 풍경을 안으로 들이는 것이어서
다듬어진 바람의 소리처럼 고요하다
들마루에서 보는 산과 강과 들을
대문을 열어 표구하는 순간의 실루엣이여
- 이동현
2
하동 사람들
십일천송 모여 아름다운 반송 이루듯
목넘나루에서 노량나루까지 하동포구 팔십리를 지나온 사람들
섬진강은 경계가 아니라 영호남이 모이고 섞이는 강이었네
자연이 베푼 자산이 많아 넉넉하고 당당한 하동, 하동 사람들!
- 강옥
* 십일천송 : 악양면 매개리의 11그루 소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커다란 반송처럼 보이는 하동의 보호수
3
독서
세간의 이목은
신경 쓰이지 않았네
그저 바른길을 가려
응달진 마음의 빈자리
밝혀주고 싶었네
-김종태
4
틈새 시장
바람이 잠자는
녹의장삼 속에서
발 빠르게 키우는
이끼들의 푸른 신화
- 제정례
5
청학
날지 않는다고 바보새라 놀리지 말아요
내가 떠나지 못하고 텃새로 남아 있는 건
거센 바람도 뜨거운 태양도 몰아치는 빗줄기도
이곳으로 들어와
고요히 머물다 가기 때문이지요.
- 박해경
6
재첩잡기
꽃들이 섬진강에서
재첩잡기 놀이를 한다
생계가 걸렸다면
눈물 날 뻔 했다
- 김달희
7
섬진강 아이
글 한 자 적지 못하는 아이가
섬진강 물길 따라가더니
또박또박 이름을 물소리에 새기고
해넘이 섬진강 이야기 하나 이어가더라
- 신수민
8
하동녹두
녹두야 녹두야 8월 녹두야
땡볕에 영글다 시장바닥에 누운
하얀 배꼽 푸른 녹두야
맷돌에 갈리고 눈물도 꼭 품고
돌보다 더 굳세어진 하동 녹두야
- 박은주
- 이전글2017 제3회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 수상작(2) 21.08.17
- 다음글2016 제2회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 수상작 21.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