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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는 21세기의 새로운 문예장르를 내다보는 강력한 시의성을 가진 문학의 양식입니다.

역대수상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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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69회 작성일 21-08-17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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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제4회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 수상작

<대상>

 

소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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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르니까 힘자랑이라니
일 년 농사 다 망치겠네

지리산 산신령 잠 깨기 전에

강가에 가서 물이나 마시게

하동들판에서 싸움이 왠말인가 

-박종민

 

 

최우수 2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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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살고 있는

짐승의 하얀 혓바닥

 

저 부서지는 

소리 없는 울부짐

-임진순

 

 

 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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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

세상에 떠도는 음파를 낚아채

나이테에다 녹음 중이야

초록의 숨소리, 온갖 날갯짓 소리에

촉각이 곤두선 거 안 보여?

-최미화

 

 

 

<가작5>

 

1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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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이 다른 세상을 살았다는 

내 어릴 적 할머니 이야기

오늘도

유리상자 속에서

아픈 상처 싸매고 있네

-김영호


 

2 촉촉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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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월광으로 집을 짓고
바람과 구름과 비가 살아요
골짜기 가득한 역사

촉으로 세워
눈 뜨게 하는 새 날입니다 

-장용자

 

 

3 꽃양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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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북천에서는

꽃이 정지 신호다

 

북천역 교차로

꽃양귀비에 불이 켜지면

세상의 모든 속도는 멈추어야 한다

-강영식

 

 

4 충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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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따라 길 떠난 구름

전깃줄에 앉았다.

플러그에 힘을 주고

충전 중

-김종신

 

 

5 어우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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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사이사이 새어 나오는 빛과 

섬진강의 그 푸르름이 어우러진다
너와 나도 어우러진다

 

 

 

<입상 10>


1 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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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앞의 격한 물살도

처음에는 도랑물

 

등 지지 않는 하루하루의 물빛 꿈

물도 너도 큰소리로 살아라 

-임지나

 


2 태풍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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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퍼런 쪽 빛 물결 견디다 못 해

탁하디 탁한 황톳물에 빛을 잃은 채

처절한 몸부림 끝내고 

세상 높이 토해 올린 한 쌍의 무지개

더욱 더 서슬 퍼렇게 섬진강을 물들인다

 

 

3 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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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리 벚꽃길 흘러온 조각배

지금은 잠시 정박 중

 

오백 삼십리 달려온 강물과 만나

숨을 고른다

 

이제 바다에 닿기 전에

 


4 반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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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랬을까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들었을까

지리산에서 길을 잃어 울고 있을 때

어머니가 정수리를 살며시 내밀어 지표가 되어주었다

 


 5 단발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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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안의

저 초가집

열다섯 살 적

우리 엄마의 모습이다

-송하라

 

 

6 횡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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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흐르는 강

가로내 축제의 깃발 아래 

아직, 잠들지 않은 싱싱한 

언어(言語)가 살아서 펄떡인다

-최경숙

 

 

7 작가와의 대화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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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곳에

등불이 필요하다는 진실 앞에 

나림(那林)의 물레방아는

골짜기서 얼지 않는다

-김현경

 

 

8 무아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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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을 잊어버렸다
돌이 되었다가
섬진강이 되었다가
 그루 소나무가 되있다가 마침내
지리산 골짜기가 되었다

-조영남

 


9 비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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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진주 꿰어

면사포를 만들어 봅니다

해뜨면 사라지는...... 

-황영희

 

 

10 재첩을 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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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물위에 눕고

물살은 강을 기운다           

물속 꿈틀대는 별 조각

강바닥을 불 밝힌다

아낙들의 치마에 별이 담긴다

-손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