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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제4회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 수상작
<대상>
소싸움
배부르니까 힘자랑이라니
일 년 농사 다 망치겠네
지리산 산신령 잠 깨기 전에
강가에 가서 물이나 마시게
하동들판에서 싸움이 왠말인가
-박종민
최우수 2편
파도
지리산에 살고 있는
짐승의 하얀 혓바닥
저 부서지는
소리 없는 울부짐
-임진순
마이크
쉿, 조용!
세상에 떠도는 음파를 낚아채
나이테에다 녹음 중이야
초록의 숨소리, 온갖 날갯짓 소리에
촉각이 곤두선 거 안 보여?
-최미화
<가작5편>
1 상처
낮과 밤이 다른 세상을 살았다는
내 어릴 적 할머니 이야기
오늘도
유리상자 속에서
아픈 상처 싸매고 있네
-김영호
2 촉촉한 나라
태양과 월광으로 집을 짓고
바람과 구름과 비가 살아요
골짜기 가득한 역사
촉으로 세워
눈 뜨게 하는 새 날입니다
-장용자
3 꽃양귀비
하동 북천에서는
꽃이 정지 신호다
북천역 교차로
꽃양귀비에 불이 켜지면
세상의 모든 속도는 멈추어야 한다
-강영식
4 충전중
바람 따라 길 떠난 구름
전깃줄에 앉았다.
플러그에 힘을 주고
충전 중
-김종신
5 어우러지다
나뭇잎 사이사이 새어 나오는 빛과
섬진강의 그 푸르름이 어우러진다
너와 나도 어우러진다
<입상 10편>
1 물살
네 앞의 격한 물살도
처음에는 도랑물
등 지지 않는 하루하루의 물빛 꿈
물도 너도 큰소리로 살아라
-임지나
2 태풍 지나고
시퍼런 쪽 빛 물결 견디다 못 해
탁하디 탁한 황톳물에 빛을 잃은 채
처절한 몸부림 끝내고
세상 높이 토해 올린 한 쌍의 무지개
더욱 더 서슬 퍼렇게 섬진강을 물들인다
3 종이배
십리 벚꽃길 흘러온 조각배
지금은 잠시 정박 중
오백 삼십리 달려온 강물과 만나
숨을 고른다
이제 바다에 닿기 전에
4 반야봉
정말 그랬을까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들었을까
지리산에서 길을 잃어 울고 있을 때
어머니가 정수리를 살며시 내밀어 지표가 되어주었다
5 단발머리
담 안의
저 초가집
열다섯 살 적
우리 엄마의 모습이다
-송하라
6 횡천강
자유가 흐르는 강
가로내 축제의 깃발 아래
아직, 잠들지 않은 싱싱한
언어(言語)가 살아서 펄떡인다
-최경숙
7 작가와의 대화 다녀와서
어두운 곳에
등불이 필요하다는 진실 앞에
나림(那林)의 물레방아는
골짜기서 얼지 않는다
-김현경
8 무아지경
그는 자신을 잊어버렸다
돌이 되었다가
섬진강이 되었다가
한 그루 소나무가 되있다가 마침내
지리산 골짜기가 되었다
-조영남
9 비혼
빗방울 진주 꿰어
면사포를 만들어 봅니다
해뜨면 사라지는......
-황영희
10 재첩을 캐다
바람은 물위에 눕고
물살은 강을 기운다
물속 꿈틀대는 별 조각
강바닥을 불 밝힌다
아낙들의 치마에 별이 담긴다
-손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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