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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는 21세기의 새로운 문예장르를 내다보는 강력한 시의성을 가진 문학의 양식입니다.

역대수상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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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339회 작성일 21-06-2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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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황순원문학제 제1회 디카시공모전 수상작품(18편)

대상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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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소녀의 추억 수숫단
주인 잃은 수숫단
비바람에 날아갈까
눈보라에 얼어버릴까
여름 내내 꽁꽁 묶어주는 넝쿨
- 윤예진



심사평


황순원 문학세계와 디카시의 만남, 그 저변 확대


2017 황순원문학제 제1회 디카시 공모전은 총 193편의 응모작 중 대상작을 포함하여 모두 1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SNS 환경에 최적화된 디카시는 ‘시놀이 생활문학’으로서,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며 남녀노소 누구나 창작하고 그 작품의 실시간 공유와 향유가 가능하다. 그 때문에 작품을 대하는 일반 독자들로부터 다양한 창작 욕구를 불러일으키며 급속도로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이번 공모전은 다른 여러 공모전에 비해 학생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그리고 문학적 완성도에 있어서도 일반부 참가자의 역량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감정 표출을 문학을 통해 소화하면서 스스로의 내면세계를 확장해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창작 방법이 우리 학생들의 미래를 훨씬 밝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좌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인 전망도 갖게 한다.

대상작으로 선정된 계원예고 1학년 윤예진의 「기다림」은 맑고 깔끔한 작품이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과 소녀의 추억 수숫단이 환기하는, 환유적 상상력과 넝쿨 이미지의 조합으로 원형적 순수 표상의 상징을 이끌어 낸다. 두 수숫단이 마주 보고 대화하듯 서 있는 표정도 소년과 소녀의 교감을 읽게 하는 ‘이야기성’을 암시한다.

이번 수상작들은 디카시가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는 순간, 영상과 문자가 하나의 텍스트로 작품의 완결성을 획득하는, 찰나와 극순간의 생활예술이라는 점에 다소 못 미치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하지만 다수 학생들의 참여와 성취가 디카시로서는 매우 희망적인 전망을 예고한다.

의미 있는 첫 발을 내디딘 황순원 디카시 공모전에 거는 기대가 크며 내년부터는 더욱 좋은 작품과 디카시 시인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김종회(경희대 교수,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
이상옥(중국정주경공업대 교수, 디카시연구소 소장)





최우수상 2편

일심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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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양평 두물머리에 가면

400살 느티나무 어르신이 혼례 주례를 보고 계십니다

신랑 남한강 군과 신부 북한강 양의

일심동체, 백년해로 기원에

하객으로 참석한 연꽃들도 덩달아 벙그러집니다

- 강영식



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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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 일주문 안에는

구절초 표지판을 더듬어

점자를 읽는 이끼와

죽었던 글자들이 함께

살아  쉬고 있습니다.

- 김영빈




가작 5편


1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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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기마을 길가에

구멍 숭숭 뚫린 소년의 가슴이

돌이 되어 누워 있었네


안타까운 첫사랑이....
- 윤주영



2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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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기마을을 다녀오다가 소나기를 만났다

수숫단 아래 비 맞는 사내아이와 계집애가 있다고

돌아가 어서 데려가라고

다급히 달려와 차창을 두드리는 소낙비
-장진숙


3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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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사이에는 붉은 노을이 있다
소녀와 나 사이에는 사랑이 있다
저녁 어스름, 숨길 수 없는 내 마음을
수줍은 물그림자로 새겨 넣는다 
- 이성빈



4 비끄럼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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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편지처럼
​소나기 내리는 날에는 ​
우체통에서 나와
​비끄럼틀 타며 노는 아이들.
- 이시향



5 무슨 사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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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꽃잎이 허물처럼 벗겨지면
무슨 사연 남기려고
사방으로 스피커를 울리다가
그것도 모자라 잠자리 불러 귀뜸한다.
바람에 전해주라고.
- 김인석




입선 10명


1 설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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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보던 수숫단이 아닌 듯하다.
이제는 그 속에 설레임이 가득하다.
- 이민혁




2 기억의 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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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칠십 바라보며 
지치고 피곤한 몸 쉬어가려
벗과 손잡고 찾은 이 곳
어린시절 놀던 움막과 원두막에
웃음과 추억을 놓고 왔다. 
- 양인애




3 하늘 풍경(風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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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면
소나기가 내리고
개울물 소리가 흐르고
마타리가 피어나고
- 이동현



4 파문의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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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춰진 향기 속에서 우레를 보며

저 피빛 노을 같은 움계의 꽃술을 틔워

조약돌에 새긴다, 징검다리를 건너가는

소녀의 실루엣이 소나기되어 튕김질하듯

시나브로 꽃대는 사롯사롯 영글어야 할 꿈.
 - 양호진




5 숯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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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시장 모퉁이 우두커니 선 숯불난로
​이 여름에도 어둠을 태우며 빛나는 것은
​검은 숯이 흰 가루가 될 때까지
데워 주어야 할 곳이 있기 때문이리라
- 김호경



6 어스름의 양평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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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주전자 같은 저녁이 어슴푸레 오면
엄마들은 서둘러 반찬거리 사 가고
청년들은 오순도순 연탄 삼겹살을 굽는다
밥 짓는 저녁연기 속 할머니의 애창곡이여 
- 황지섭




7 조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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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쥐고 있던 조약돌을 던졌는가 !
바람 깊이 잠든 숲 속을
깨쳐 피는 저 물보라​
- 송수아



8 장작의 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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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은 늘 한 몸이라는 것을
장작의 껍질을 덮은 이끼가 말해주었네
삶은 늘 죽음에 빚지고 있다는 것을
장작의 옹이에 돋은 새싹이 말해주었네
- 강하나



9 감동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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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하나의 문장이 소나기처럼 내리고

사람, 사람의 마음에 우물처럼 고여

한 권, 한 권의 책이 감동으로 쌓여간다
- 박동환




10 연이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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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이가 대추를 따게 되면

죽는다는 첩보가 수집되자

나무를 지키는 석이와 친구들

믿음직한 그들의 등뒤로 대추알이 제법 굵다
-김종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