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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행사

디카시는 21세기의 새로운 문예장르를 내다보는 강력한 시의성을 가진 문학의 양식입니다.

역대수상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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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65회 작성일 21-07-01 22:26

본문

2019 황순원문학제 제3회 디카시공모전 수상작

대상


엉킨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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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키는 것들도 힘이 된다고
지지직거리며 흘러가는 전파
저 어지러운 전선들 속엔
수많은 웃음의 채널이 있다

-김향숙




심사평



디카시 공모전에 777여편의 작품이 응모되었습니다. 디카시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대중적으로 매우 폭 넓게 확산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디카시는 디지털 사진과 시적 언어의 융합을 통해 울림과 반향의 미의식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본래 뜻은 끝이 없으나 말은 끝이 있지요. 그래서 말로 우리의 뜻과 정서를 온전히 전달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합니다. 더군다나 짧은 시 양식의 경우는 더욱 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시적 언어는 말하지 않기 위해 하는 말의 속성을 지향합니다. 말을 통해 말하지 못한 세계의 무한을 감지하고 감각할 수 있도록 독자들의 상상적 동참의 빈터를 열어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좋은 시일수록 울림과 반향의 미적 파동이 길게 일어납니다.  

디카시는 언어에 사진까지 더해지면서 바로 이 울림과 반향을 더욱 극적으로 심화, 확산시키는 장르입니다. 따라서 디카시의 창작 방법론은 일반 시보다 시적 의미를 쉽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크고 내밀한 울림과 반향의 미의식을 성취하는 것에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응모작들을 흥미롭게 읽어보았습니다.  

 

많은 응모작들이 정서적 충격과 호소 보다는 관습적 상상의 범주에서 사진을 해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사진과 문자가 서로 어긋나는 긴장을 이룰 때, 그 어긋남의 여백을 통해 미적 울림과 반향의 자리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물론 좋은 작품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상으로 선정된 <엉킨 힘>은 서로 엉키어 살아갈 때 밝고 건강한 웃음이 생성될 수 있다는 삶의 이치를 혼잡한 전선줄에서 벼락같이 직시해내고 있습니다. 3연과 4연 사이, 저 어지러운 전선들수많은 웃음의 채널 사이의 비약적 여백이 독자들의 상상의 동참을 불러일으키면서 극적으로 울림과 반향의 파동을 몰고 오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소 설명하려는 부분들만 지양하면 높은 완성도에 이를 수 있는 신선한 발상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여 디카시 발전을 선도하는 주역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본심 심사위원 : 홍용희(문학평론가, 경희사이버대 교수)

예심 심사위원 : 최춘희(시인), 박완호 (시인)

심사위원 약력 :

홍용희 : 199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당선, 2017 <<시작>> 에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활동.            ​

           유심문학상 / 김달진문학상 / 12회 시와시학상 평론상/애지문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

           저서 : 평론집 <고요한 중심을 찾아서>, <대지의 문법과 시적 상상>, <아름다운 결핍의 신화> ,<꽃과 어둠의 산조>,

                   <현대시의 정신과 감각> 경희사이버대학원 원장, 국제한인문학회 회장, 한국작가회의 평론분과위원장 역임

최춘희 : 1990 <현대시> 등단, 현대시시인상 수상, 시집 <종이꽃>, <시간여행자>, <초록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완호 : 1991 <동서문학> 등단, 김춘수시문학상 수상, 시집 <기억을 만난 적 있나요?>, <너무 많은 당신>,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 등 다수





최우수1
 

 

        잎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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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으로 물들어 있는 거야
길 잃은 밤들도 쉬어가는 자리 만들어 주는 거야
서로 다른 보폭으로 그늘을 만드는 거야
가끔은 작은 집이 되어 햇살에 환하게 출렁이는 거야

-김희성




최우수 2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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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수다가 시작됐다
물 위에 동동
입마를 걱정은 없겠지만
누가 제일 떠드는 지
입 모양만 봐도 알겠다

-최영주

가작1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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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밥을 먹여준 오른손이
국물을 흘리고 반찬을 떨어뜨릴 때

그동안 수고해줘서 고마웠다며
따뜻하게 부축해주는 왼손

-이종섭




가작2

               훈련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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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다고 소문난 귀신 잡는 해병
뙤약볕 아래 여물었으니
자대배치 어디든 겁나지 않아

-백송기




가작 3

               팔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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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소나기 내리던 날
내 맘에 팔레트 하나 있었고
나는 물었다. 누가 그린 세상입니까
붉게 흐르는 누구의 눈물입니까
쪽빛으로 번지는 하늘은 누구의 저녁입니까

-정동훈


 


가작 4


            잠자리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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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속은 너무 깊고 적막 해

잡은 것이라고는
짚고 있는 썩어빠진 나무가지 하나

바람이 불어 파르르 떨릴 때마다
기도할 수 밖에

-윤주영

가작 5


          새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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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새로 날아가고 싶은 저 꽃들
꽃잎을 모아 모아서
물새의 부리로 피어나는 저녁

가슴 한쪽에 접힌 날개 다시 펴면
하얀 깃털로 강물 위를 날아갑니다

-신안나






입선1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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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심장에서 자란
실핏줄.
콩콩콩
지구의 심박 소리가
하늘을 가득 메운다

-곽신원




입선 2


                  너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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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찌르고 상처 주지 마
목 조르면 숨 제대로 쉴 수 없잖아

그래, 티격태격 사는 거지 뭐!

-신광진




입선 3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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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어
잠시 쉬는 거지
보는 것만큼 힘들어
벌떡 일어 설 거야

-이해종


입선 4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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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어 온 하늘나라가
하늘에만 있는 줄 알았다.
은하수가 흐르고
별들이 노래하는...

문득 강물 속에도 있었다

​-손제현


입선 5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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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타국으로 시집와서
자식까지 낳고
비바람에 곪아터져도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건네는

- 백경희




입선 6 

 

                어깨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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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가는 방향 달라도
함께 어울려 무늬 만든다
단단한 어깨동무
거북등보다 오래 견딜 혼불

-이용철



입선7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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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한 약속
지키지 못한 빨간 거짓말
평생 쌓고 보니
입으로는 아무것도 안된다고 하네

-조환제



입선 8 

 

      그리움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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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추억 뭉근히 데운 자리
눌어붙은 그리움만 남았다

저 우에 누구도
그리움만 남아서
이리도 눈시울 붉히나 보다

​-조이슬


입선 9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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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그래도 사랑해~
그렇지만 사랑해 . . .
하지 못한 고백으로
뿌리 깊은 구멍을 가진 나무가 있었다

-전연수




입선 10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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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아냐
나의 붉은 심장이
뛰고 있잖아

-전삼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