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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황순원문학제 제4회 디카시공모전 수상작
대상
달꽃 피다
넝쿨을 아무리 올려도
가닿을 수 없어
하수오는
꽃으로 닿으려고
달꽂을 피우다
- 정수경
심사평
본심 심사위원 : 복효근 시인
디카시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주듯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들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시적 완성도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시이기 때문이다.
사진이 언어를 만나 완성되는 디카시는 사진 자체가 너무 많은 정보(메시지)를 담고 있어서는 아니 될 거란 생각을 한다. 단순한 장면에서 촌철살인의 직관적 시상을 그려내는 작품에 주목하였다. 「달꽃 피다」와 「의자」가 최종 다툼을 벌였다. 영상과 언어적 요소가 조화를 잘 이룬 작품이 「의자」다. 그러나 좀 더 도발적인 상상으로 이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발칙한 상상으로 정서적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달꽃 피다」를 뽑았다. 하수오가 이르고자 하는 곳은 달 그 너머 하늘이든가 아니면 하늘 저 편의 어느 천상의 공간이겠다. 아무리 닿고자 해도 너무 아득하여 하늘 가까이 떠있는 달을 제 덩굴에 꽃처럼 올렸다. 그 상상이 재미있다. 하수오 덩굴과 달, 달 너머의 공간을 한 줄에 꿰어놓았다.
순간의 포착을 영원한 시적 진실로 형상화하는 작업이 디카시가 아닌가 한다. 사진만 좋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시만 좋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 둘이 만나 그 둘을 뛰어넘는 변증법적인 미학을 찾아내야 한다. 심사를 하면서 우리의 디카시는 그 지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심사위원>
*예심 심사위원 :
- 송진권(시인) : 2004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으로 『자라는 돌』, 『거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
동시집으로 『새 그리는 방법』,『어떤 것』 이 있다.
고양행주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 조영래(시인) : 2013년 『시현실』 신인상으로 등단
디카시집 『구름의 연비』가 있으며 현재 계간 <디카시> 기획위원이다
*본심 심사위원 :
- 복효근(시인) : 1991년 <시와 시학>으로 활동 시작
시집으로 『꽃 아닌 것 없다』, 『고요한 저녁이 왔다』, 『허수아비는 허수아비 다』등이 있으며 신석정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최우수1
의자
그래, 너희도 쉬어야겠지
그늘로
들어앉으렴
-황금모
최우수2
업
입만 있는 것이
입 없는 것을 물고 있다
살아본 적 없는 것이
살다 온 것을 꽉 물고 있다
두 업이 한 줄에서 만나고 있다
-김성백
가작1
나비소녀
복도에서는
뛰지 않아요
사뿐사뿐 춤추며
날아다녀요
나는 1학년
-김종순
가작2
저녁 안부
피안의 족자섬에 평안히 깃드신 아버지!
오늘도 새들과 함께 잘 지내셨는지요.
회한과 그리움 실은 배는 돛을 잃은 채
저녁마다 강을 건너는 새들이 부러워
물 속처럼 깊은 한숨만 짓습니다.
-최소진
가작 3
데칼코마니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산이 물었다
당신의 마음은 몇 겹인가요?
강이 물었다
쉿, 지금 우린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만영
가작4
반 내림 음표
늦도록 허름한 찻집은 문을 열지 않았다
여자는 쪼그리고 앉아 식은 밥덩이를 찬 물에 말았다
찬이 필요하지 않은 밥상 같은 나이
웃음이 무채색인 것은 남아 있는 불씨가 없다는 것
우산 없이 빗길을 걷는 것
-김윤아(서울)
가작5
공익광고
살면서 올가미에 한 번쯤 엮여보지 않은 인생 있던가요?
범죄신고는 112
-강선수
입선1
소년의 마음
애타는 마음을 어떻게 전하지
손으로 휘저어 물결로 전할까
조약돌 주워서 몰래 던져볼까
냇물은 쉼없이 흘러만 가는데.
-이현우
입선2
질주
-여보세요? 119죠
-여기 남해대교인데요.
-다리가 끊겼는데 버스가 달려가고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Bus stop!”
-정원철
입선3
그들만의 이야기
꽃들아 풀들아 지금 얘기하렴
30년 후엔 커다랗게 자라난 내가
너희들의 언어를
잊을지도 몰라
-이엘
입선4
샹들리에
사나흘 왈츠곡 연주되겠다.
무도회 끝나면 벗겨진 고무신들
함부로 뒤엉켜 나뒹굴겠다.
-유수경
입선5
엄마 마음
어린 날 매 한 대 안 대시더니
딸 그림자도 자국 안 내려 비켜가는
엄마의 그 마음
-독고명실
입선6
꿈꾸는 담쟁이
땅의 맥을 짚어 뿌리내리고
흩어지는 바람길 억척스레 모아
이번 생은,
옹벽 지켜주는 큰 나무로 서자
-홍미애
입선7
그대에게
심장 뛰는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거친 숲을 헤치며
몸 부서지도록 나 그대에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조영진
입선8
입영전야
어제까지 택배보조 알바 하던 녀석
군대도 사람 사는 데라며 위로 삼던 녀석
내일 아침까지는 자유라며 흥분하던 녀석
밤새 스테레오사운드로 통화하던 녀석
-박필선
입선9
몽키 퍼즐트리
숨은 그림을 찾아보세요
비행기는 잠자리
목이 긴 기린 얼굴과 우주선도 숨어 있네요
몽키 퍼즐트리엔
없는 것이 없답니다
-홍미영
입선10
그리움
우산 쓰고 나섰지만
이미 다 젖어버린 옛 그리움
외나무다리 건너기도 전에
모래밭에 새기었던 이름 사라져
행여 무지개 뜰까봐 다리 위에 서성입니다
-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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