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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제1회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
최우수 1명(상패 및 상금 200만원)
김남호 <하동읍>
주소를 붙잡고
떠날 줄 모르는
하급공무원 같은
저 언덕배기들
우수 2명(상장 및 상금 각 50만원)
박우담 <지리산>,
푸른 산맥을 넘어
신화가 달려오고 있다
전현주 <사모하는 마음>
차마
나란히 앉을 수는 없어서
두어 발 물러나 바라보았네
글 읽는 선생님을
조용히 둘이서
장려 5명(상장 및 상금 각 10만원)
진남숙 <그대들은 누구인가>
나에게 무너진 절의 주인이냐고 묻는다
나에게 연꽃이냐고 묻는다
나에게 지금 묵언수행 중이냐고 묻는다
도대체 그렇게 묻는 그대들은 누구인가?
김완수 <뱀사골 물비늘>
지리산 뱀사골엔 배암이 살아
물도 비늘을 껴입고 산다
조각조각 기워 입은 햇살 갑옷
마른바람이 화살처럼 달려들어도
물은 허물을 벗지 않는다
박그림 <피아골>
싹 틔워 뿌리 내린다
먹고 자라라고 내준 것이 어미 몸인 줄
너는 아느냐
반 세기 너머 파르티잔 옷깃 여미던 바람이 묻는다
황애라 <지리산 슬로시티>
달팽이 걸음으로 걷는다
집채만한 무거움 벗어버리고
껍질같은 집념 털어버리고
그 싱그런 품에 안겨
푸르게 물들어간다
김성진 <섬진강의 백로>
목을 뺀 백로
백의의 에스라인 뽐내며
잘난 제 얼굴을 노려본다
얼음이 되었다가
침묵의 태극권법 일필휘지 낚아챈다
입선 10명(상장 및 상금 각 5만원)
홍창길 <문장>,
이병주문학관 앞 뜰
누군가 함부로 교정하고 간 부러진 문장
김인애 <치열한 삶의 표상>,
일찍이
머리와 가슴이 치열했습니다.
그 치열함 살고 쓰느라
허리와 다리, 팔과 손 다 닳았습니다.
더 닳을 것 없이 남은 몸, 아직도 뜨겁습니다.
백경희 <칠월일기>,
섬진강 십리길
허물어지는 몸으로 오늘을 사는
나에게 와서 너는
꽃으로 피어난다
김영빈 <펜촉>
너에게는 하늘이 잉크였구나.
구름처럼 부드럽고 바람처럼 시원한 글
태양처럼 빛나는 글이 가능하던 이유
때론 달빛, 별빛을 돋보이게 해 주는
담담한 어둠을 닮아도 좋겠다.
박윤우 <하동 河東>
물의 동쪽,
섬진나루 떼 지은 두꺼비 온몸으로 울었다.
무릎 베고 귀지 파주던 누이 물빛으로 슬픔 건져 올리는
맑은 귓속인 양 일렁이는 고요,
물길 육십 리에 재첩이 뒤척인다.
조맑음 <지리산>,
나무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리산에 온걸 환영합니다.”
그리고 나뭇잎들은 말한다
“너무 세게 밟지마 너무 아파.”
난 그래서 고양이 처럼 살금살금 걸어갔다
김학수 <산메아리>,
산으로 간 사람들은 내려오지 않았다.
실타래 처럼 얽히고 설킨 지리산으로 간 수 많은 사람들의 사연은
봄이 되어서야 물이 되어
섬진강 모래톱 위에 붉게 내려 앉았다.
이지윤 <지리산은 살아 있다>,
산수국 꽃 단장에 나무들 숨 죽이고
꿈틀이는 한 줄 바람에 시선 머물 때
꼿꼿이 튕기는 몸
으악, 뱀이다!
김차영 <북천역>,
푸르름 가득한 여름 기차역
레일 끝 사이로
붉은 가을 눈동자가 보이네
수많은 추억들 피어날
그날을 기다리는 가녀린 꽃 하나
정연경 <섬진강>
모두가 새근새근 자는 밤
밤 하늘에 동동 떠다니던 별들이
밤새 후두두 떨어졌다가
재첩 한 번 국 끓여 먹고 은어 두 번 튀겨 먹고 참게 세 번 탕 만들어 먹고
그 맛에 홀딱 반해 하늘 대문 열리는 시간을 놓쳐 버렸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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